벌써 받았던 것들을 돌려줄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왠지 서글퍼지는 주말입니다.

최근 직함에 시니어(Senior)란 말이 붙여지면서, 새롭게 주어진 역할이 동료에 대한 멘토링입니다. 불행히도 누구에게 멘토링을 할 수준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 멘토링을 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지요. 주역에 있는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한계에 다다르면 변하게 되어 있고, 변하면 통하게 되어 있으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이죠. 작년 한해 동안 궁함을 면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고, 그 덕분에 이제 조금 통할 줄 알았는데, 금새 다시 궁해지는걸 보면.. 제대로 변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멘토링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꽤 오랜 기간 지도(Coaching)와 교육(Teaching)을 해본 경험은 갖고 있습니다만, 멘토링은 전혀 다른 영역인 듯 합니다. 선배란 이유 하나만으로 제 스타일을 강요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괜한 간섭으로 더 커나갈 수 있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덮어버릴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한번 부딪혀 볼 생각입니다. 제가 꿈꾸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저 뿐 아니라 동료들도 반드시 함께 성장 해야만 하고, 성장을 위한 한 귀퉁이를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란 책에 등장하는 구루처럼,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세련되게 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말이죠.

다행히 저는 멘토라고 부를 수 있는 친절한 선배를 세 명이나 만났고, 지금도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을 스스럼없이 멘토라고 부르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첫번째는 저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고, 두번째는 제가 따를만한 충분한 실력을 함께 일하는 동안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정리하고 보니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네요. :)

저도 그 친구들에게 따를만한 충분한 실력을 보여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의 저를 기억한다면 별 장점이 없는 사람처럼 보았을 수도 있고, 한참 집중 모드로 일할 때의 저를 기억한다면 뭔가 배울만한 것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우선 급한 것은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여는 일인 것 같네요. 기술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스스로 일어 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니, 선배들이 제게 해준 마음을 움직이는 얘기들을 제 경험을 통해 전달해 보려 노력해볼 요량입니다. 그 친구들에 대해 점점 호기심이 강해집니다. 좋은 징조인 것 같습니다. 

마침 제가 그 친구들 중 한명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들이 담긴 책이 "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라는 책이 출간됐네요. 기술적 소양이 뛰어난 한 친구에게 해주고 싶던 얘기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몇 권 사서 저도 읽고,  다음 주 그룹 미팅 때 그 친구들에게도 전해줘야 겠습니다. 제 수고를 덜어준 h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임-04.16 어제 서점에 가서 책을 사려고 집어 들었는데요 기대했던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다른 책을 골랐습니다. 최근에 비슷한 책을 너무 많이 사본 것 같아 식상한 느낌도 좀 들고. 그러고 보니, 처음에 Pragmatic Programmer나 소프트웨어 공학의 오해와 진실, 조엘 온 소프트웨어 같은 책들을 읽었을 때는 신선하고,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열광했었는데요, 결국 책을 읽을 때 뿐이고, 본인이 고민하고 경험하지 않으면 자기 것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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