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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가기전에

by 물개선생 2007. 3. 29.
3월이 가기전에 글 하나는 남겨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들어왔습니다. 다음 주 초에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시연회가 있어서 조금 바빴거든요.

최근 한달간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보고싶은 책들을 쌓아두고, 이미 익숙해져 버려서 노가다처럼 느껴지는 일들을 반복하다 보니 정작 일에도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책상 앞에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오래 앉아있었을 뿐입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전 운전을 못했습니다. 방향 감각이 없다는 핑계로 배우는 걸 미뤘거든요. 대전은 교통이 불편해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차를 몰고 왔더니 어느새 운전에 익숙해 지더군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전 수영을 못했습니다. 별명이 물개인데다, 부산에서 자라서 수영을 잘하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죠. 매년 이 몸매로 무슨 수영이냐며 헬스장을 몇 번 다니다 정작 수영장에는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토비에게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한 수영은 의외로 재미있어서 요즘도 매주 수영을 합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지각이 잦았습니다. 이전에 다녔던 직장들은 모두 출근 시간이 엄격하지 않아 새벽까지 일하거나 공부를 하고 늦게 오는게 몸에 배여 있었습니다. 스스로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최근 1년간은 매일 출근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데 7~8시쯤 도착해서 아침에 RSS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는게 습관처럼 몸에 배였습니다.

방향감각이 없다느니, 몸매가 형편없다느니, 올빼미형 인간이라느니.. 하는 얘기들은 모두 그저 핑계거리에 불과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습니다. 귀찮고 익숙하지 않아 시작하기가 두려웠을 뿐이였던 거죠.

습관을 만들기는 정말 힘든데, 핑계를 만들어 겨우 만들어둔 좋은 습관을 망치는 건 순식간인 것 같습니다. 하드디스크를 보니 최근의 제 모습을 반영하듯 읽으려고 다운 받아둔 온갖 기술 문서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가득 쌓여있네요. 최근에 구매한 책들도 공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된 듯 그저 책꽂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책이며 자료들을 보고 이런 저런 실습을 통해 제 걸로 만드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일을 핑계로 그러지 않고 있으니.. 일하면서는 내가 지금 뭐 하나 하는 생각에 일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가고, 스트레스를 푼다며 안하던 오락도 손을 대고, 몇 시간이면 끝낼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 또 공부할 시간은 없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네요. 쩝..

사실 이번 주 월요일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마! 하고 다짐하며 출근했는데, 그새 나쁜 습관이 몸에 배여 버려서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매일 공부하리라고 다짐하며, 오늘 꼭 보고서를 마무리 하고 퇴근해야겠어요. 흠.. 글을 적고 보니 헛되게 보낸 3월이 너무 아깝게 생각됩니다.

4월아, 넌 내가 소중히 사용해주마. 흐흐~

마감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는 개발자, 그런 자기 계발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화, 회의, 보고서 등 어떤 방해 공작에도 5초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개발자, 스트레스를 공부로 풀면서 동료에게 환한 웃음과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