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전글/2006

백발의 Meditech 회장, 나보다 젊더라

by 물개선생 2006. 11. 9.
오늘 터만홀에서 세계적 의료정보소프트웨어 회사인 Meditech 사의 CEO인 Neil Pappalardo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새로 부임하신 총장님과 친분이 있어 한국에 처음 오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세계적인 회사의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까 하고 참석한 것이지만,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특별한 기술 소개도 없었고, 심플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가뜩이나 힘들게 영어 강연을 듣고 있던 나를 깊은 졸음의 세계로 인도하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강연이 끝나고 문답시간에 들은 내용들이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도 강연 의도 자체가 KAIST 학생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appalardo는 MIT를 졸업하고 벤처라는 개념조차 없던 68년도에 Meditech를 설립했다고 한다. 첫 결혼기념일 선물을 마련하고자 3주 간격으로 자신의 피를 팔아서 돈을 마련했다던 가난한 공학도인 그가 지금은 4000억 매출에 1000억을 순이익으로 남기는 큰 회사의 CEO가 된것이다. 비결을 묻는 한 교수의 말에 한마디로 "luck"이라고 말하는 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도 활기차게 일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에 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그분이 오늘 내게 눈빛으로, 목소리로, 몸짓으로 전달하며 보여준 도전 정신과 열정은 그 어떤 지식보다도 값진 것이였다. 아직도 귓가에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Work, work, work, work, work!

요즘 쉬는 시간에 가볍게 읽고 있는 웹진화론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저자도 탈기득권층으로의 여행이란 장에서 대기업의 자문위원과 같은 멋있어보이는 직책을 벗어나, 작은 벤처기업의 임원으로 불확실하지만 창조적인 여행에 나섰다고 말하고 있다. 삼십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현실에 안주하며 안정된 직업을 찾아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를 고민하던 내게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글이였다.

오늘 만난 Pappalardo는 아직도 도전 중인 것처럼 보였다. 나도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 나태함을 떨쳐버리고 도전적인 삶에 동참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리고 몇년간 영어공부를 안했다고, 오늘은 심각할 정도로 못알아듣는 부분이 많았다. 예전에 컨퍼런스에서 자바관련 얘기를 들을 때는 조금 알아듣는 것 같았는데.. 내일부터 Spring 공부도 할겸, 컨퍼런스 DVD를 빌려서 영어 듣기 공부도 병행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