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5년 1월 즈음 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픈소스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던 필자는 그 중에서 유독 스프링 프레임워크에 많은 애착을 느끼고 있던 터라, 스프링의 대부격인 로드 존슨의 최근 서적인 J2EE without EJB 라는 서적을 읽고 있던 중이였다. 솔직히 얘기하면, 그 당시 필자는 로드 존슨이 그 책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마침 J2EE without EJB의 전작에 속하는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이 책을 구매했다. 선 자리에서 “2장 J2EE 프로젝트: 선택과 위험”을 읽어 내려가며 몇 번이나 무릎을 내리쳤는지 모른다.
스프링을 다루는 전문 서적이 턱없이 부족했던 작년만 하더라도 이 책은 스프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해주는 서적으로서의 가치가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Spring Live”를 시작으로 “Spring in Action”, “Pro Spring”, “Professional Java Development with the Spring Framework” 등의 관련 서적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된 지금에도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자가 지녀야 할 자세,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곳곳에 흘러넘치는 로드 존슨의 기술 중심이 아닌, 문제 중심의 실용적 사고는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생각없이 감히 개발자라 자처하고 살았는지를 반성하게 해준다. 그는 특정 기업이나 기술의 마케팅 구호에 필자처럼 휘둘리지 않았다. 로드 존슨은 갈릴레이가 그랬던 것처럼 다들 진실이라 믿고 있던 당연한 진실조차 의심했지만, 그와는 달리 깊이 있는 경험에 바탕을 둔 빈틈없는 설득력으로 동료 개발자들의 삶을 조금씩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필자가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스프링 프레임워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였으나, 정말로 얻은 것은 그 보다 더욱 값진 것들이였다. 이제 필자는 더 이상 남들보다 EJB 패턴을 먼저 읽고 ServiceLocator 패턴을 생각없이 적용한 것 만으로 잘난척하던 전문가의 탈을 쓴 바보가 아니다. WEB 2.0으로 포장한 RIA 관련 기술이 뜬다면, 불안한 마음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의심없이 그들의 구호를 따라 외치던 광신도 집단의 일원도 아니다. 다양한 선택의 틈바구니 속에서 언젠가는 최선의 해답을 찾아내어,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기를 바라는 초보 개발자일 뿐이다. 그러한 현실 인식은 무리한 욕심을 버리고 꾸준한 자기 개발을 통한 성장의 기쁨을 느끼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필자가 느낀 감동을 함께 느끼고자 하는 동료들에게 솔직히 필자는 이 책보다 “J2EE without EJB”의 원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분이라면 다소 번역에 거슬리는 점이 있더라도 “J2EE 설계와 개발”이라는 책을 통해서 로드 존슨의 글을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지금 현재 개발을 해나가는 데 있어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분들이나 EJB 없이 개발한다는 것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