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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SP) 3. 정보 기술 동향 파악하기

by 물개선생 2009. 4. 25.
환경 분석 단계에서 TA는 정보 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작업을 합니다. (가끔 AA와 함께 진행하기도 합니다.) 정보 기술 동향 파악의 핵심은 단기간에 집중할 영역을 분명히 해서 작업하는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환경 분석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을 뿐 아니라, 정보 기술 동향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보다 더 중요한 현황 분석 단계를 서둘러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보 기술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제가 사용한 몇 가지 팁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1. 정보 기술 동향 분석 단계의 진행 절차
정보 기술 동향 분석은 일반적으로 4개의 세부 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1. 거시적 IT 동향 분석
    큰 관점에서 정보화 동향을 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금융 정보화 동향을 분석하는 일과, Gartner의 HypeCycle이나 Forrester Wave등의 통계 자료를 이용해 기술 자체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Emerging Technology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주요 기술 별로 어떤 것들이 성숙 단계에 있고, 어떤 것들이 아직 캐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어떤 업체의 어떤 솔루션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지 등을 정리한다고 보면 됩니다.
  2. 핵심 요소 기술 선정
    거시적 IT 동향 분석을 끝낼 때 쯤이면, 장표화되지는 못했더라도 다른 파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외부 환경 분석 자료를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2가지 자료를 종합해서 영역 별로 깊이 조사할 필요가 있는 핵심 요소 기술을 선정합니다. 이때 선정될 요소 기술들은 해당 기업의 비전을 달성할 Enabler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3. 핵심 요소 기술별 상세 동향 분석
    핵심 요소 기술을 선정했다면, 각 요소 기술 별로 개요/발전 방향/도입 배경/기대 효과 등을 정리합니다. 템플릿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실질적인 자료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조사 대상이 지나치게 많지 않도록 20개 내외로 결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4. 적용 가능성 평가 및 종합
    기술의 성숙도나 적용 용이성, 도입 및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 전략적 중요도 등을 고려해 각 요소 기술을 평가하고, 향후 적용을 고려할 우선 순위를 판단합니다.

2. 평소에 준비하라
금융권에서 시스템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자부심이 높고, 그만큼 크리티컬한 시스템을 십 여년간 운영해 오며 쌓인 특정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그 분들이 자신하는 특정 영역에서는 책에 나오는 뻔한 얘기 정도는 우습게 보는 구루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또한 아주 일부이긴 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경험으로 인해 특정 기술이나 기법에 대한 지나친 불신을 갖고 계신 경우도 있구요. 특히 컨설팅을 많이 받아본 업체들은 컨설턴트에 대해 공격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에 그 분들로 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늑대들에 둘러 쌓인 불쌍한 양의 신세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죠. 정보 기술 동향을 정리해서 제출하는 것은 말로만 떠들던 것을 실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거꾸로 어디서 줏어들은 몇 마디 말로 아는 척 떠드는 가짜 컨설턴트인지를 밝혀내려는 고객들 틈에서 무사히 살아남아야 하는 엄청난 위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2주 정도의 기간 내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열심히 준비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모든 자료를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다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집착에서 벗어나야만 합니다. 사실,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단계가 정도 기술 동향 뿐이긴 하지만요. 구체적인 준비 방법은 각자 다르겠지만 제 경우는 필요성을 느낀 뒤부터 2년 동안 특정 주기 별로 9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관련 자료를 찾아서 읽고, 쓸만한 자료들은 정리하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 하드디스크 속에 있는 기술자료 정리 폴더의 구성과 일부 내용입니다.

  • 세미나 : ITSM, BPM, KM_EDMS, SW산업전망, ERP, 아키텍처, 개발 등 주요 업체나 주제별 세미나 자료를 모아둡니다. 3~4개 정도는 직접 참석하구요, 직접 참석하지 못한 세미나는 기억해두고 있다가 홈페이지 등에 자료가 공개되는 시점에 자료를 수집해 읽어둡니다. 업체 홍보성 자료는 별 쓸모가 없으니 삭제하고, 대가들의 자료를 중심으로 다시 참조할 것들만 선별해 모아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 기술이슈 : 기술 이슈는 특별히 정해진 규칙 없이 관심있는 우수 자료들을 선별해 모아두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TRM 형식으로 세분화해서 관리했는데, 디렉토리가 너무 많으니 오히려 번거롭더군요. 그래서 그냥 제가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디렉토리를 단순화하고, 해당 주제 내에 자료량이 많아지면 서브 디렉토리를 두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 금융정보화 디지털타임즈대한금융신문 등에서 금융 정보화와 관련된 기사를 수집해 정리합니다. 디지털타임즈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금융 IT 혁신과 도전"이란 매년 발간되는 책을 이용해서 주요 주제를 파악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주기적으로 몰아서 검색하는 방법입니다. 보험개발원이나 은행연합회, 증권업 협회 등에서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금융정보화 동향 자료 등을 구독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TRM/SP : 자신만의 기술 참조 모델을 만들어 업데이트하고, 가상의 금융 그룹이 있다고 가정하고 자신이 CIO라면 어떤 표준 프로파일을 갖도록 하고 싶은지를 고민한 최상의 표준 프로파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게으름과 능력 부족으로 이 폴더는 아직도 절반도 채 완성되지 못한채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쩝..
  • 글로벌통계 : 전 포레스터와 가트너의 자료를 중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3. 집중할 영역을 찾고,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라.
파레토의 법칙(80-20 Rule)은 정보 기술 동향 파악에 딱 들어 맞는 말입니다. 평소에 준비해둔 내용으로 대부분의 정보 동향에 대한 문서화 작업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 짓고, 고객이 특히 관심있어하는 특정 분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어떤 기업은 차세대 전반에 걸쳐 SOA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를 고민할 것이고, 어떤 기업은 잘못 도입된 채널 통합 솔루션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MCI 제품과 ESB의 관계를 궁금해 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상품 팩토리가 자통법으로 인해 우후죽순 늘어나는 파생 상품을 얼마만큼 커버할 수 있는 지를 궁금해할 수 있고, IFRS를 준비하는 기업에서는 공정가치평가 솔루션이나, 새로 도입될 연결회계시스템 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 고객의 Needs를 파악해서 해당 영역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깊은 자료 조사와 동향 파악이 필요합니다. 

정보 동향 파악의 목적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가고 있고, 다른 회사들은 어떤 기술이나 솔루션을 이용해서 구축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세미나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ISP에서 정보 동향을 파악하는 목적은 딱 한가지 입니다. 그 기술이 과연 현 시점에서 적용을 고려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가치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제대로된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술인가? 하는 것이죠. 이 시점에서는 해당 조직의 투자 성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에 레퍼런스가 없더라도 해외 레퍼런스가 있고 기술의 성숙도가 높다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조직인지, 아니면 반드시 동종 업계에 레퍼런스가 있어야 해당 기술을 받아들이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조직인지와 같은 것들 말이죠. 선두에 선 업체 일수록, 기대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국내 레퍼런스가 없어도 기술 성숙도가 충분하다는 것만 인정되면, 조직 역량을 믿고 신기술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ISP가 발주된 경우라면, 유사 업종의 시스템 구축 사례를 정리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이 때 주변의 인맥을 활용해서 Best Practice로 삼을 만한 사례를 정리해서, 향후 사례 연구 등으로 인터뷰할 대상을 미리 선정해 두는 것도 발표 시 고객의 질문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요령입니다. 안좋은 일에 대해서는 잘 밝히려 들지 않지만,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궁금해 하면 의외로 쉽게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덤으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귀중한 주의 사항 등을 전해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On-time, On-budget, High-quality 중에서, On-time 즉 제때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이 중요합니다. 중간에 기술적인 탐구 욕구가 지나쳐 시간을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어지는 현황 분석이 더욱 중요하기도 하거니와, 정말 중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현황 분석 뿐 아니라, 목표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더 깊이 조사할 필요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입니다.